‘난민에게 정의를’

가을 날씨가 완연한 서울 소공동의 한 거리, 한 젊은 아버지가 안고 있던 어린 딸을 내려놓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한 아기는 균형을 잡고 섭니다. 조심스레 아빠를 향해 걸음을 내딛지만, 이내 다시 안아달라는 듯 아빠를 향해 두 팔을 벌립니다. 아빠는 환하게 좀 더 걸어와 보라며 손짓합니다. 아기는 조심스레 몇 발짝 더 걸어가 아빠에게 안깁니다.

아이의 아빠 옷에는 ‘난민에게 정의를’ 문구가 써 있습니다. 주변에는 같은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은 사람들 30여 명이 서 있습니다. 소공동 유엔난민기구 건물 앞 기자회견에 모인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과 그 가족들입니다.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자국에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한국에 온 활동가들, 민주주의 투사들입니다. 교사, 학생, 의사 등 다양한 배경의 평범한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7~9년째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 이집트인난민의 성토처럼 “본국에서 탄압받던 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절박합니다.

“출입국 외국인청 직원들은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한국에 왜 있냐”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하곤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한국에 온 저에게 이집트 정권이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합니다. 온세상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정치적 반대파를 살해하기 위해 탱크와 장갑차로 수천 명을 학살하는 그런 정권에 대해 무슨 증명이 더 필요하단 말입니까?”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이집트로 강제 추방된다면 저희 가족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 명백합니다. 저희들은 이집트에서 단순한 체포와 구금 이상으로 살해 협박과 살해 살해 협박과 그런 고문 또한 받았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아빠와 함께 온 아이는 이렇게 외칩니다.

“저는 제 난민 친구들처럼 한국에서 적응하고 한국의 학교를 다니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고 그런 배움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저와 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함께 싸우는 동료들, 동지들, 가족들이 있어서일까요? 고통스러운 상황임에도 이집트인 난민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기자회견 시작 전 서로 농담과 장난을 주고받는가 하면, 연대하러 온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손수 만든 밀크티를 건네기도 합니다. 

저는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이집트인 난민들의 행동 소식을 SNS와 〈노동자 연대〉 기사로 전하려고 합니다.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인정 투쟁에 많이 지지하고 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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